외국인 포로에 사형선고한 친러 도네츠크 법원, '서방국가 패싱' 거세지나

입력 2022-06-10 15:04   수정 2022-07-10 00:02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 분리주의 세력인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이 전쟁 포로가 된 영국인 2명과 모로코인 1명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2월 24일 전쟁이 발발한 뒤로 DPR이 법정에 외국인을 세운 건 처음이다.
친러시아 DPR, 외국인 포로 3명에 사형선고
9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DPR 최고법원 재판부는 영국인 숀 핀너와 에이든 애슬린, 모로코인 사아우둔 브라힘에게 용병행위, 정권 찬탈 및 헌정질서 전복 활동 혐의를 들어 이들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모든 증거를 분석한 결과 3명의 죄가 입증됐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피고인 중 영국인 2명은 지난 4월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에 있는 아우조스탈 제철소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러시아군에 투항했다. 모로코인 브라힘은 3월 도네츠크주 볼노바하에서 생포됐다.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도 모두 죄를 인정해다”며 “법률과 정의 원칙에 근거해 사형이라는 징벌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현지 매체인 리아노보스티는 DPR법률에 따라 유죄가 확정되면 피고인들은 총살될 거라고 보도했다.

DPR은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우크라이나 동부를 장악한 뒤 2014년 독립을 선포한 곳이다. 국제사회는 DPR을 독립국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2월 개전에 앞서 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인정했다.

DPR최고법원은 피고인이 ‘용병’으로서 러시아군에 테러 활동했다고 주장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들은 우크라이나군 소속 정규군으로 편입돼 전투를 수행했다. 영국인 애슬린은 2018년 우크라이나 해병대 36여단 입대해 4년간 복무했다. 핀너 역시 2014년 우크라이나에 정착해 마리우폴에 정착했으며 애슬린과 같은 36여단 소속 정규군이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모로코인 브라힘은 2019년 우크라이나 공과대학에 유학을 왔다 2021년 입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시점과 입대 시점을 비교하면 이들을 용병으로 간주할 근거가 없다.
피고인 모두 정규군, 英 정부 "엉터리 판결" 비판
국제법에 따르면 DPR법원은 피고인들 처벌할 수 없다. 법원은 교전 행위를 혐의로 선고했다. 피고인들은 1949년 제네바 협약·1977년 1차 추가의정서 등 국제법적 효력을 지니는 협약에 따라 피고인들은 ‘전쟁 포로’의 지위를 인정받아야 한다. 포로는 민간인 학살 등 전쟁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교전 행위로 기소될 수 없다. 용병은 전쟁 포로 협약에 따른 보호를 받지 못한다. DPR의 법원이 국제법을 정면으로 위배해 판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형 선고 소식이 전해지자 서방국가 여론이 들끓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부 장관은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숀 피너와 에이든 아슬린에 내린 선고를 전적으로 비난한다”며 “그들은 전쟁 포로다. 이것은 전혀 정당성이 없는 엉터리 판결이다”라고 밝혔다.

러시아가 포로에게 부당한 죄목을 덮어씌워 여론을 선동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저지른 민간인 학살 등 전쟁범죄 혐의를 두고 국제형사재판소가 조사를 착수하자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을 희석하려 이번 재판을 밀어붙였다는 것.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전쟁 포로는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대상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서방국가 제재 안먹히니간 커진 러시아
러시아가 국제 여론을 신경 쓰지 않고 배짱을 부리는 이유는 따로 있다. 서방국가의 제재 효과가 없어서였다. 9일 아모스 호치스타인 미국 국무부 안보 특사는 청문회에 출석해 “러시아의 에너지 판매 수익이 전쟁 전보다 늘었나”라는 질문에 “부인할 수 없다”고 답했다.

호치스타인 특사의 말을 비춰보면 서방국가의 에너지 제재는 실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국제 유가 상승을 부추겼다. 이날 브렌트유는 배럴당 123달러까지 치솟았다. 최근 3개월 동안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도와 중국이 러시아산 원유를 대량 매수해 제제 효과를 상쇄했다. 원자재조사업체 케이플러에따르면 인도는 지난달 하루 평균 84만 배럴의 원유를 러시아로부터 수입했다. 전달에 비해 2백 이상 증가했다.

호치스타인 대사는 “중국과 인도가 헐값에 러시아산 석유 매수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매도 가격을 낮춰도 국제유가가 급등한 탓에 전쟁 전보다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중국과 인도를 막을 뾰족한 대책은 없다. 호치스타인 대사는 인도 정부에 러시아산 석유를 대량 매수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거래를 억제할 세컨더리보이콧(제3자 제재)이 없어 강제할 수 없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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